_ 리뷰따윈 보지않던
줏대좌의 제주리뷰
절대 듣고 싶지 않던 말을 들어버렸어요.
놀랍게도 시즌 2를 마무리하며 예고했던 제주의 장르는
희극 또는 비극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코미디?
비행기 연착부터, 태풍에 숙소 고립, 계단에서 굴러 무릎이 박살 나고, 도망 나온 시내 스타벅스에서 음료 2잔씩 시켜둔 채 마음을 달래다... 총 쏘고 온 서울 사람들에게 구원받고, 자다가 모르는 사람이랑 인사하고, 길바닥에서 김밥 먹다 서러워서 서울로 하루 당겨 돌아오고, 김포공항 롯데리아에서 느닷없이 또 발견당하고, 마지막까지 공항에서 지갑 분실.
웃으면서 최소 30번은 말한 이야기지만,
순간순간 확대해 보면 이거.. 문제가 많았던 여행이던데요.
줏대있게 직접. 먹어보고 판단하려던 스스로가 약간 원망스러우면서도, 리뷰의 중요성을 살 떨리게 깨달았던 경험이었달까요. 앞으로 남의 말을 잘 듣기로 했어요. 진짜 ‘남’예원이 아닌.. ‘’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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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안면 없던 5명에게 생일 축하를 받았었고,
에스프레소의 맛을 알았으며, 큰 문장 하나를 얻었어요.
“언제까지 그렇게 도망치면서 여행 다닐래?”
도망 치러 간 곳에서, 도망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에 직면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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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됐어 콩쥐야
지금까지 채워넣은 항아리를 보면 말이죠.
두꺼비 한 마리 더 데려온다고 채워지는 독이 아닌데
다른 애들을 계속 데려온 느낌이랄까요.
정말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것들 투성이었어요.
여름도, 감각도, 글 뭉치도, 직전의 그곳과 어제의 그 사람도.
누군가는 장하다- 말하는 그 버거워진 결과물들은 수많은 회피와 도망과 시발 모음집?
도망친 순간부터 다시 시작이거든요. 비속어도 물론 너무나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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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말을 들으려고요. 저 이제 백수 just 예원이에요.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을 미래가 너무나도 무서우면서도,
끝끝내 미루다 덮어둔 것들이 사라지는 게 더 아득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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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 압도당하기 전에 꾹꾹 눌러 적어놓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 주변을 빙빙 맴돌지 않고,
과녁 한가운데에 달려가 화살을 꽂을 수 있는”
결론적으로 도망치는 저를 묶어두면서
과녁을 걸 수 있는 기믹 공간이 필요해졌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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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곳에서
그래서 작업실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채웠어요.
맛이 간 불량 호랑이와, 부서질 듯 투명한 트레이, 잡아두고 싶던 초록빛,
바닥에 뿌리내린 줄기 같던 책꽂이, 알알이 사라지는 게 아쉬운 체리 사탕까지-
아직 짐을 옮겨놓기에 급급해 이 공간이 어떻게 쓰일지는 모르겠지만,
온전한 내 공간을 즐기고 있답니다. 또 한 번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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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꾸민 공간이기에 흔쾌히 초대를 해야 하지만,
꼭 놀러 갈게- 말하는 수많은 K-연락들을 받으니 솔직히 심란한 마음부터 앞섰는데요.
주체가 나뿐인 공간과 시간을 당신이 생각한 것만큼 알맞게, 알차게- 쓸 수 있을까
야심 차게 구한 직면의 공간이 당신에게 재미없다면 어쩌지에 대한 걱정.
도망친 결과만 보여줬을 때 만족했던 당신들에게까지 직면시키고 싶지 않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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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곱씹었어요.
시끄럽게 떠들 수도, 시선을 마주칠 수도 없는 그곳에서.
눈과 귀를 알맞게, 알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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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눈길을
저에게서 돌려주세요.
진짜 같은 기믹 공간에,
딱 맞는 콘텐츠 하나 구해놨어요.
꼭 맞게 끼워야 하는- 레고를 말이죠.
창고를 정리하다 보니 집에 레고가 정말 많더라구요. 그러나 놀랍게도 박스도 뜯지 않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소유만 했어요. 완성품을 보고 샀는데… 솔직히 조립하기 귀찮았습니다. 근데 이게 딱이더라구요? 조립하는 그 시간에는 눈과 손이 만족이 되니, 귀와 입만 저의 담당이여요. 잘 듣거나 재밌는 걸 말하면 됩니다. 작업실에 오면 어떻게 대접 해야 하는 고민의 부담이 쏙 들어갔어요.
작업실에 오신다면 레고를 조립해 보세요. 포기하지 않게 쉬운 것들로 준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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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저 혹시 들켰어요?
제가 하기 귀찮아 떠넘기는 걸, 열심히 포장하고 있는 모습을
근데 어떡해요. 완성품만 갖고 싶어요.
결과의 그 한창만 취하고 싶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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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일 때 마무리
준비 과정은 버거워요.
기다리는 것만 해도 지친 이 마음에 빨리 보상이 피길 바라요.
글을 쓰기 시작한 오후 두시,
열심히 기다린 태양이 가득하게 떠오른
그 시간이 정말 행복했어요.
글을 떠나보내는 네 시,
해가 지려하는 지금 이 순간에는
금세 슬픔이 몰려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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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를 맞이해 또 말해봅니다.
누군가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
사라지는 순간이, 사라지는 찰나가
아직도 무섭습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얻어요.
누군가는 다른 시간에 그 시간에
행복하겠구나.
매시간 사이마다 각각 이름을 끼워 넣으며
오늘도 꾹꾹 키보드를 눌러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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