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엽 회복 프로젝트 1단계, 진행 상황 공유드려요.
안녕하세요, .
두번째 줄 인사말을 고르는게
이렇게나 어려울 줄이야!
*
전두엽 회복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1단계: 감정 직면하기
2단계: (단어 고민 중)
3단계: 꿀꺽 잡아먹기
끝장나게 놀고싶던 3월이었으면서도,
이렇게까지 무의미하게 보낼 줄 몰랐거든요.
그 1단계를 지금 공유드려요.
*
어두운 글은 보내고 싶지 않지만,
뭐 어떻게 항상 밝기만 하겠습니까?
150등분 해버릴래요.
그리고 다행인점은,
언제나 괜찮아진 감정만 보낸답니다!
, ~ 같이 팔랑거려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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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1.2.3.4.5
답장 뭉텅이
mission
23.03.21
지난 메일을 읽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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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너를 위해
지난주 목요일 오전 9시. 구독자의 답장이 왔습니다. 지난 메일에서는 우울한 그 무엇도 얹고싶지 않아 최대한 정리해 보냈는데, 함께 슬퍼해줬어요. 그리고 근황과 슬픔을 공유 받았습니다.
메일에 대한 위로를 고치고 고치다,
이걸 에게 까지 보내야겠다 다짐했어요.
후기의 후기. 담지 못했던 이야기가 많았거든요.
*
감사하게도 허락을 받았구요.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답장 같지만 새로운 이야기인...
바로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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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자유생활 공유; 오랜만이라고 인사는 안 할래요-
Re: 예원 우연찮게 들어온 메일에 '사랑을 담아_예원'을 보니 읽기도 전에 위로가 됐어요. '맞다 .. 나 글 읽고 싶었는데, 혼자 생각 좀 하고 싶었는데..' 하며 단번에 읽었네요.
_ 다시,
지금까지 받은 답장을 분류해보자면,
크게 두 종류. 기뻐요 혹은 슬퍼요.
“이래서 기뻐요”라는 작은 조잘거림은 흐뭇하게 읽고 넘어가곤 합니다. 잘 살고 있다니 다행이어요. 그리고 도움이 되었다니 제가 더 기뻐요.
“이래서 슬퍼요”라는 무거운 말들이 적혀 올 때면, 어떤 단어를 꺼내야할까 고민하곤 합니다.
말해줘서 고맙다는 허울뿐인 예쁜 말을 건네고 싶진 않아요. 아무리 슬퍼도 특별한 님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상투적인 쉬운 말에 쉽게 감동하지 않았으면 해요.
저는 말이죠, 편지 그 자체가 될게요.
‘글’로 묶여있는 우리- 0과 1의 텍스트도, 수신음도 떠나, 손으로 종이를 꾹꾹 눌러서 저를 써 보세요.
들어주는 것 보다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싶어요. 필요한 단어를 골라 보낼게요. 원하면 그림도 그려 줄게요. 전 할 수 있는게 많잖아요.
*
날 사랑하는, 사투리가 귀여운 당신을 위해.
그리고 직면할 나를 위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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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사실 요즘이라고 써놨지만, 1월에 써둔 글이고요.
뒤섞인 시점: [요즘, 현재, 지금]과 같은 단어들은 전부 거짓입니다.
Re: 예원
저의 요즘은 삶은 차갑고, 바쁘고, 더럽고 그 삶의 주체가 나라는 사실이 조금은 버거웠어요.
그녀를 돌려보낸 나의 온전한 집은 너무 허전하더라고요.
어쩐지 내가 쓸데없이 화장실을 다녀갔다가 가라는 둥, 집에 뭐 두고 가는 거 없냐는 둥 구질구질 하긴 싫어서 돌려돌려 바짓가랑이를 잡았어요.
_ 현재 바짓가랑이 2m
, 저도 말입니다. 외로워서 슬퍼요.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에 언제, 어디서라는 말로 질척거리고 싶어요. 우리집에서 자고 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 베개 두 개 거든요. 침대도 왕 커요. KING 사이즈 라는 뜻-
그럼에도 항상 하고싶은 말은, 꿀꺽- 어른스럽게 삼킨답니다.
아무리 솔직해도, 다 말하지 않는 것.
저도 잘 보이고 싶거든요.
*
하늘에 뛰어들고 싶은 긴긴밤은
스스로만 해결할 수 있는 걸 알면서도,
모든 순간을 공유해야 직성이 풀려요.
들숨날숨을 타인을 통해 증명받고 싶어요.
다들 이런 뒷걸음질 의문을
하루에 몇번씩 떠올리는지 궁금하네요.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의미의 외로움을 정리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 슬픈 사람들아, 프리허그 이벤트하면 올래요?
신경쓰이지 않게 각목으로 온 몸 두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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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사라지는데 500년 정도면 ‘영원’으로 쳐줄 수 있어요?
Re: 예원
제 생각에는요, 500년은 너무 길어요.
아등바등 100년을 살았을텐데, 사라지는데 500년이요?
나의 영원을 바라는 어떤 사람들의 그 마음이 고마웁긴 하지만, 다소 이기적이네요. 나는 지금의 1시간도, 하루도, 한달도 살기가 벅차요.
우리 오늘 이거 마시고 죽자, 딱 여름까지만 살았다가 죽자, 아 근데 이번 주에 술약속 있는데 그거까지만 살았다가 죽어요.
같이 죽음을 도모하는 모임...
소름 끼치지만 그 곳에서 영원을 느끼고 사랑을 받아요.
_ 우리 일단 살아요.
따듯한 덩어리가 일시적 수단이었을 때, 플라스틱의 영원함에 매료되어 저 문장을 적어 보냈더라지요.
(환경단체가 들으면 기절할 이야기긴 하지만요, 저도 실리콘 빨대를 애용한답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일본 시티팝 <플라스틱 러브> 라는 곡이 있는데, 메일을 보내고 나니 생각 났어요. 지난 메일에 그 노래를 들려 보낼걸-
후회하면서도, 사랑노래 지겹잖아요.
*
같이 죽음을 도모하는 모임이라-
기대가 없는 모임이라 세상 끈끈할 것 같아서 끌려요.
제가 반짝반짝하지 않다면,
새로운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더이상 흥미롭지 않다면 그대로 달아나실 건가요?
어떡해와 어떻게의 반복.
어떤 걸 해야 놀라주실 건가요?
어떻게 해야 옆에 있어주실 건가요?
끊임없이 말해야하는 이유가 되어주세요.
제 안에 제발로 들어와 물컹하게 녹아 주세요.
꿀꺽- 한 입에 잡아먹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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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예원
우울한 오늘은 술을 잔뜩먹고 맨발로 아스팔트를 걷고 싶은 날이예요. 비까지 내려주면 땡큐고.
_ 저도 그럴 때 자주 있는데,
술에 취하면 어디까지 하고 싶은지, 해도 되는지 감이 안 와서 잠에 충실하구요. 오히려 정신적으로 충동적인 일은 맨정신에 하곤 한답니다.
오늘 (03.23 기준) 을 들려드리자면 작업실을 가는 버스 창문 사이로 꽃집이 시야에 들어왔더랬죠. 그대로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름도 묻지 않은 채 새하얀 꽃이 핀 화분을 데려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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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모든 것과 관계를 깊이하기 두려워 식물조차 경계하는데, 그래서 조화와 피규어- 플라스틱에 집착했으면서- 알 수 없는 충동적인 행동.
본인이 사랑하는 모든 건, 사랑한만큼 슬프게 만드니까요.
그래 더 우울해보자고! 하며 데려온 생명과 함께- 슬퍼질 준비 完
*
아무튼 홀로 꽃핀 작업실에서,
울고있는 저를 위해 한 친구가 찾아왔는데요.
맛있는 걸 잔뜩 챙겨와 나눠 먹으며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꽃의 이름을 알려줬더랬죠.
다정해라- 이런게 다정이네요.
알고있는 걸 나눠주는 것, 도와주는 것.
[ 앵초; 젊은날의 고뇌 ]
흠- 진심으로 괴롭고 싶지 않은데. 제 스스로 고뇌를 데려온 꼴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가장 예쁜 걸 골랐을 뿐인데.
고뇌에 빠진 스스로의 모습에 취하고 싶지 않거든요. 처연함도 맛이지만... 딱 하루 정도? 장작으로 써먹어야죠. 행동하지 않고 고뇌만 한다면, 언젠간 꽃은 떨어질거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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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합니다.
사실 현 시점, 앵초는 가셨습니다.
[전.회.프] 3단계까지 마친 상황이라 타격은 없었으나...
황당과 당황 그 사이였죠. 앵초 미안해만 3번 외쳤습니다.
진짜 미안해
미안해
미안
...
아니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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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예원
내일은 어떤 새로운 기분이 찾아올까요?
부디 오늘의 기분이 내일까지 넘어가지 않길...
_ , 그러게요.
내일은 어떤 새로운 기분이 찾아올까요?
예원 멘탈지킴이 경식님의 ‘괜찮아, 그래도 돼’ 말 처럼 뭐든 그래도 된다는 말로 마무리를 하고 싶어요.
일주일 정도 쓰고 고치고를 반복했는데, 저번주 금요일에 보내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하루마다 한 문단에 답장을 썼는데,
전날의 글을 계속 고치고 있습니다.
그만큼 슬프지도 않던데요.
저 어젯밤에 스파게티가 땡기더라구요.
새벽 3시에 야무지게 삶아 먹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먹고싶더라구요?
눈 뜨자마자 먹었습니다.
점심에는 제가 식사를 대접해야 했는데,
옳다구나! 스파게티 드실래요?
*
질릴 때 까지 먹으세요.
저 진짜 3일째 토마토 스파게티 먹고 있어요.
해소될 때 까지 말해보세요.
사라질 때 까지 해보세요.
글은 언제나 효과적이랍니다.
열심히 또 답장 써볼게요.
아, 혹은 사람으로 옮겨보세요.
들어주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답니다.
더 나아가 위치 공개 후 상황 공유.
그렇게 찾아온 꽃과 드라이브 정도?
그리고 질릴 때 까지 조수석에서 수다떨기
_ 아직까지 추워요.
그.. 봄이네요, 근데 오늘도 추워요.
재밌는 가스라이팅을 당했는데요.
하루 힘든일 주절주절 말하길래 열심히 경청하면서 햄버거를 먹었거든요.
(이제 제 토크타임: 다음 제가 하고있는 재밌는 일들을 말했어요)
-> 힘든 거 얘기하는 것 보다 너가 하는 뇌 빠진 얘기 듣는게 더 엔돌핀이다!
-> 앞으로 계속 그렇게 니가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살아!
-> 이기적으로 재밌는 거 다 하면서 살아!
-> 차분하게 살 생각 하지마! 안 어울리니까.. (?)
넵넵, 이런 말이 좋네요, 까먹고있었어요.
[ 전두엽 회복 프로젝트 1단계 完 ]
그럼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 점심 챙겨 먹어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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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
혹시 저 너무 미숙해보이나요?
그래도 옆에서 계속 지켜봐주세요.
노력해 보일게요.
*
우울해서 아쉽다면
2,3단계 글은 좀 재밌어요.
그리고 새로운 재미난 일의
복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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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아시죠?
극단적 단어 선택의 마침표.
아님 말고-
스무스한 하루 보내시길,
오늘도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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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어있던 모두의 엮은이, 김경식님께서 함께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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