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새로운 잠옷
No.5를 입어요.
, 어젯밤 춥진 않았어요?
4월 중순에 이런 질문이라니! 빨리 훌렁 벗고 다니고 싶은데 아직도 여름은 멀었나봐요.
저번 메일부터 날씨 얘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만,
작년 이때쯤에는 도대체 뭘 입고 다녔나 의문입니다.
생각해보니 어제 입고잤던 그 티셔츠 → 프린팅이 나름 귀여워 잘 입었던 것 같은데 어느순간부터 잠옷이 되었어요. 어째서?
저는 사실 여름옷과 가을옷 밖에 없어요.
그리고 아우터-
- 봄에는 반팔 위에 가디건
- 여름에는 반팔과 민소매
- 가을에는 반팔 위에 민소매 위에 가디건
- 겨울에는 반팔 위에 가디건 위에 코트
사계절 같은 검정색 옷만 돌려 입고-
비슷한 걸 먹으며- 고만고만한 동네를 다니니까-
큰 페이지를 넘기는 느낌이 부족해요.
그래서 계절에 더 감사해진답니다.
나무가 다른 옷을 입는 과정을 지켜보면
묵혀뒀던 감정들이 다 씻겨내려가는 느낌이어요.
지난 메일에서 말한 정서적 당뇨의 자연 치료느낌?
조금 더 받고, 조금 덜 주고 싶은 (feat. 비비)
그런 느낌으로 추운 날을 이겨내고 싶었거든요.
*
그래서 봄은요,
아니 날씨는- 아니 계절은-
이기적인 마음에 꼭 맞는 사랑 같아요.
가만히 누워서 기다리기만 했는데
찬찬히 하루하루 지구가 다음장으로 넘겨줘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그날의 감정을 내일까지 넘기고 싶지 않을 때에는, 자전의 속도로도 모자란 날이면- 전날과 다른 특별한 잠옷을 꺼내 입곤 해요.
요새는 더이상 모든 외출복을 잠옷으로 만들 수 없어
시트러스 문을 입는데요- 사실 이건 향수랍니다!
어쩌다 저 향수와 만났냐면요.
딱 적절한 타이밍에 다음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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