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법을 되찾다!
약간 고민했어요,
쉬는 법이라고 말해야할지 혼자있는 법이라고 써야할지.
아무튼 둘다 까먹고 있었거든요.
집에서도, 일할 때도 누군가와 함께. 혼자 있는 시간이 공허해서 누구든 만나기위해 뛰쳐나가곤 했었는데요. 대략 3주 내내 약속을 잡아버려서 똑같은 근황을 10번정도 풀고나니까 방전이 되더라구요. 역시나!
✨ 되찾은 것들
- 한 노래만 무한 반복해서 곱씹을 수 있게 되었고
- 내가 좋아하는 종이 바스락 asmr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게 되었고
- 책을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게 되었고.
- 또.. 단골 디저트 가게를 되찾았습니다.
(물론 이건 기존 커피집이 닫아서 새로운 도넛집으로 대체한거지만요)
사실 모든게 옛날부터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는데, 까먹고있었어요.
왜 까먹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굳이 연락하지 않는 주말이었습니다.
궁금하지 않았구요. 궁금할 새가 없었어요.
무한히 꿈 꾸고 기록하는 시간! 이라고 쓰면서
제가 왜 저것들을 까먹었는지 깨달았는데요,
올 해 목표하던 큰 것들을 끝내고, 휴식의 11월 동안 누가봐도 '잘 놀았다!'라는 느낌의 휴식을 하고 싶었어요. '인스타그램 스토리'용 말이죠. 맛있는 걸 먹고, 멋진 곳에 가고, 예쁜 나를 찍으면서 16:9 비율 바깥 세상은 궁금하지 않은!
근데 사실 저는 '맛있는 것'에 대한 감흥도 없고.. 좋은 공간에도 별 생각이 없거든요.
방전 되고 나서 강제로 집에 있고나니 깨달은 거에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안에 있었다는 것을-
_
보고싶은 작품이
생겼답니다.
놀랍게도 저는 넷플릭스를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집에 있다보니 너무 심심하더라구요, 그래서 유튜브 광고도 스킵 안 하고 진짜 모든 영상을 다 봤는데요.
‘웬즈데이’
이거 광고 보자마자 넷플릭스 바로 깔았습니다.
최근 6개월 동안 처음으로 보고싶은게 생긴 것 같아요.
근데 알고보니 감독이 팀 버튼이더라구요.
그 거미줄부터- 기괴한 저채도의 필름과,
작은 소품들도 그만의 기묘한 감성이 묻어있는!
역시- 저 팀버튼 감성 진짜 좋아해요.
‘선을 넘지 않는 기괴함’
생각해보면 저는 공포 무언가를 절대 보지 않거든요.
그런 제가 어떻게 팀버튼 감독의 작품들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의 대답입니다.
절대 무섭지 않으면서 적당히 불쾌한.
그리고 이미지의 뒤틀림,
간절하게
팀버튼의
장수를 빌었답니다.
오래 오래 건강하셔서 제가 폭- 빠질 수 있는 그런 작품을
계속 계속 만들어주시길..
_
뒤틀린 활자,
말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되네.
글이주는 매력은
네모난 원이라던가, 다섯각의 정사각형이라던가
성립할 수 없는 것들을 던져놓고 상상에 맡길 수 있다는 것 같아요.
던져놓기만 해도 상상 속에서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가장 쉽고 무책임하게 꺼낼 수 있는 것!
글에 개연성이 부족해도, 끝까지 읽어낼 애정만 있다면
문장 사이사이에 본인의 상상을 더해서 먹으면 되니까요.
예를들어,
차가운 불이라던가
근데 ‘차가운 불’ 존재할 것 같아서 찾아보니까 진짜 있네요.
상온 플라즈마? <이게 뭔데
한 줄로 짧게 설명드리고 싶은데, 진짜 아예 감도 안 와서 그대로 읊자면.
활성산소 (ROS)를 만들어내며 공기의 주성분을 분해하여 나타난 ‘이온류와 라디칼’을 약품으로 사용하는 ‘플라즈마 메디신’을 말한다네요. (저는 하나도 이해 못 했어요)
쩝
이래서 아는게
많아야 하는 것 같아요.
상상치도 못 한 걸 보여주려면,
상상할 수 있는 모든걸 알고 그 외의 것을 이야기해야 하니까요!
_
야금야금
콩가루 훔쳐먹기
그래서 가장 가까운, 제일 많이 궁금하고
질문을 많이하는 ■■은 다른 전공이었으면 좋겠어요.
연애는 그 사람의 세계를 공유하는거라고 하잖아요.
제가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알 수는 없으니까,
익숙하지 않아 익히기 쉽지 않은 정보라면 사랑해보려구요.
적어도 좋아하는 사람이 가진 정보나 지식을 친절하게 떨어뜨려 준다면,
야금야금 받아먹을 준비 정도는 되어있으니까요.
- PLUS 비슷한 맛, 카페에서 작업할 때의 묘미
옆 테이블의 전공 과제 얘기 듣기.. 알 수 없는 무슨 실험 결과가 어떻고, 관측이 어떻고. 의자 하나 끌고가서 ‘안녕하세요, 혹시 무슨 얘기 하세요? 저도 궁금한데 부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저도 답례로 재미난 얘기 해드릴게요, 옷 좋아하세요?’ 괜히 말걸고 설명듣고 싶어요. (현재 이야기)
_
다음 문단을 위해
같이 읽어 주세요.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나태주, 내가 너를
_
한 번 들은 노래를 외워 부르는 것
예원의, 내가 너를
제각기 다른 사람들을
저만의 좋아하는 방식이 있다면요.
스치듯 무방비한 상태에서 들었던 노래를
내 맘대로 외워서 부르는 것.
틀려도 고쳐줄 사람이 없으니
내맘대로 개사 해서 불러도 괜찮고,
음정이 틀려도, 박자가 틀려도 내 귀에만 괜찮게 들린다면 OK입니다.
회고
디자인에 대한 일말의 관심도 없기에,
내 작업물을 마음껏 자랑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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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으로 마무리
문득 , 당신의 사람을 좋아하는 방식
그리고 좋아하게된 이유도 궁금해지네요.
어느 구독자분께서 예세이가 오면 평소에 하지 않는 생각을 할 수 있어서 기다려진다고 말해주셨어요. 그래서 앞서 던진 질문과, 진짜 궁금한 것들 숙제 하나 얹어볼게요.
저는 당신의 휴식법이 궁금해요.
쉴 때 뭐하세요? 라는 뻔한 질문에 상투적인 대답 말고-
그대들의 진짜 휴식을 들려주실 수 있나요?
꼭 답장을 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제 글을 읽으며 본인의 생각을 얹어 A세이, B세이 ... Z세이까지
즐거운 돌림노래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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