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월급
연말 정산을 하다가
몇 주째 연말정산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중에서 가장 귀찮은 ‘진짜’ 연말정산을 하러 이곳저곳에서 서류를 떼어 왔는데요.
'기부금 영수증'이라는 묘한 서류가 있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던 후원이 12개월이나 이어져왔고, 그 금액이 꽤 많았어요. (제 기준에서요)
- 기부를 시작한
22년도 2월에는 어떤 일이 있었냐면..
모든 것이 정해지지 않은 채, 제주도에 5박 6일 여행을 갔다 왔었는데요.
바다를 보며 ‘얌전히 복학해서 간신히 졸업할까’ 혹은 ‘졸업은 모르겠고 학교 밖에서 길 좀 찾아다닐까’ 에 대한 무한 고민 중이었습니다.
*
결국 내린 결론의 결론은 '잘 되고 싶다' 였고요.
방향이 정해져있지 않음에도
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나 고민하다
일단 모르겠으니까, 내 노력의 산물인 ‘돈으로 운이나 쌓자!’ 라는
결론의 결론의 결론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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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한 적 있던가요?
모든 건 돌아온다고 믿어요.
‘기부할 곳 추천’이라고 한 번 검색했는데
감사하게도, 결심이 흐려지지 않게 알고리즘께서 온 화면을 후원 사이트로 도배 시키시더라구요.
수많은 형태의 기부 형태가 있었지만 ‘1대1 결연 맺기’가 끌렸습니다.
작게 쪼겐 주체 없는 인사보다는 한 명과 구체적인 관계를 맺고 싶었어요.
*
자동이체 등록을 하고, 그 후 솔직히 말해서 까먹고 있었습니다.
타이밍이 좋았던 게, 성실한 선행에 셀프 감탄하고 있을 때 후원금이 빠져나갔어요. 슬펐습니다. 요즘 절약이 컨셉이라 배달도 안 시켜 먹고 있는데… 느닷없이 돈 뺏긴 기분이었어요.
*
그리고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펜을 잡았습니다.
좋은 마음과 별개로 예상없던 출금은 화를 유발하니까요.
그래서 너는 누구니?
_
To. Morin
예세이 탄자니아 진출
What do you wanna do in the future?
너는 나중에 뭘 하고 싶어?
I'm not asking for just goal, such as a job,
직업과 같은 목표를 묻는 게 아니야,
But how you want to live. Just ‘HOW’
단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궁금해.
It's OK without it.
지금 당장 없어도 괜찮아.
Anyway, I’ll help you think for a long long time!
어쨌든 너가 오래오래 고민할 수 있게 도와줄게!
*
모린에게 썼던 편지 중 일부 공유드렸는데요,
제가 후원하고 있는 친구의 이름이 ‘Morin’랍니다.
탄자니아 출신 모린은 제가 누군지는 알고 있을까요?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 존재가 지워져도 모린이 사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으니까요.
제가 묻고 싶었던 건
똑같은 해가 지는 24시간 속에서
- 어떤 간식을 주로 먹는지,
- 물은 얼마나 자주 마시고 있는지부터.
더운 나라에서도
- 여름이 당신에게 인상 깊은지
- 햇빛을 포근하다고 생각해본 적 있는지,
- 그쪽의 밤은 무슨 색인지.
한 걸음 더 나아가
- 이상적인 관계의 거리는 어느정도라고 생각하는지,
- 당신이 사랑이라고 느꼈던 순간은 어땠는지.
잔뜩 질문이 쌓였지만요,
꾹참고 딱 하나만 물어봤습니다.
"나중에 어떻게 살고 싶어?"
사실 모린, 아직 11살이거든요.
_ 묻지 못했던 질문을
지구 정반대 편에 보냈어요.
답장을 기대하고 있진 않습니다.
사실 '모린'한테 묻고싶었던 질문들이 아니거든요.
*
귀신은 이승에 미련이 남아 떠돌다 저승도 못 가고... 한풀이를 해줘야 떠나잖아요?
참고 참다가 보내지 못한 질문들이
미련의 형태로 남기 전에,
주체와 상관없이 일단 털어버린 거예요.
자동이체 알림과 함께.
꽤 무거워서 오래걸리긴 했는데요,
아주 효과적이네요.
*
어쩌다 무거워 졌나-
'질문의 무게감과 꺼내는 순서'에 대해 생각해봤는데요.
1) 사소한 일상에서 시작해 2)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너 또한 좋아하냐 물어보고, 일치하는 부분이 한 톨이라도 있다면
갑자기 물어봐요.
3-1) 사랑은 뭐라고 생각해?
3-2) 혹은 어떻게 살고싶어?
*
저한테 이런 무겁거나 빠른 물음을 받은 적이 있나요?
여기서 모든 판단 기준은 주관적입니다만,
축하드려요!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으시대요.
(From. 사랑을 담아_예원)
_ 자각없음의 무서움
꽤- 옛날에, 다이어트 메이트도 아닌데
서로의 식단을 매번 서로 공유했던 사람이 있었는데요.
일상이 궁금했지만, 그 이상의 것은 물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언뜻 중간 중간 흘렸던 것 같기도 한데- 슬프게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답을 내리고 싶은 부분은
- 1단계를 통과하지 못했기에 3단계가 궁금하지 않았던 걸까
- 혹은 내가 원하는 것은 1단계 정도의 관계였을까?
이제와서 궁금한것도 이상하지만요,
그 ‘롤’에만 집착했던 과거를 여러분께 회개합니다!
그렇지만 수많은 간판 속에서 한 번에 읽히는, 신경쓰이는 단어가 늘었다는 건 어쩌면 축복일지도?
_ 클로버만 보면
예원, 너 생각이 나!
가끔, 사실 꽤 자주 제보사진이 날아오는데요.
세상에 이렇게 클로버가 많은지 덕분에 알았답니다.
참 귀엽고 고마워요!
*
그래서 물어봐요.
, 나중에 뭘 하고 싶어요?
직업과 같은 목표를 묻는게 아니라요-
단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궁금합니다.
아직 정해져 있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때까지 오래오래 써볼테니까요-
언젠간 들려주세요! |